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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2 AI/ML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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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하 AI)과 머신러닝(이하 ML)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2016년 딥마인드(구글 자회사)의 AI 기술인 알파고가 대중들의 예상과 달리 이세돌을 4승 1패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이겼다. 물론 AI/ML 기술이 2016년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던 기술발전이 마케팅적(?)인 효과로 인해 급속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IT 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 마저도 크게 충격을 받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 하는 논쟁을 하기도 했었다. IT 기술 발전의 한 가운데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다루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 당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한 동안 로보어드바이저니 인공지능 진료니 하는 약간의 마케팅적인 서비스들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AI가 어느새 일상 생활의 일부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영어 메일 작성에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구글 번역기(Google Translator)라고 하는 서비스가 영어 꽤 잘하는 사람이 작성한 것보다 더 고상한 표현으로 한국어를 영어로 바꿔주고 있다. (실제 구글 번역 결과: Now, a service called Google Translator is changing Korean to English in a more elegant way than written by someone who is quite good at English.) 구글 번역기는 영어만이 아니라 생소한 언어에 대한 번역 기능도 제공하여 영어 이외의 다양한 언어 커뮤니케이션에도 기여하고 있다.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구글 번역기도 과거에는 규칙 기반의 방식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Deep Learning ML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낸 케이스다. 이제는 번역 작업에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너 이거 번역기 돌렸지?”라는 핀잔을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음성인식 기술은 어떤가? 많은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 앱들이 이제는 음성인식을 지원하여 운전하면서 키보드 타이핑을 하는 위험한 장면들을 많이 줄이고 있다. 이제는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님께서 “역삼역 2번 출구" 라고 음성으로 네비게이션 경로 찾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음성 인식의 가장 놀라운 결과는 아마도 유튜브 영상 자막이 아닌가 싶다. 영어로 올라가 있는 영상들의 자동 자막(영상에 스크립트를 입힌 것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감지한 음성)을 활성화 하면 거의 90~95% 정도로 정확한 인식률을 보게 된다. 사실 이것은 음성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내용도 같이 분석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은 것이지만, 어쨌든 음성인식 기술도 Deep Learning 기반의 ML 기술을 통해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위에서 말한 번역(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이나 음성인식(ASR. Automatic Speech Recognition) 기술이 일상 생활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라면, 지금 말할 자율주행차는 우리 사회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분야이다. 자율주행차로 유명한 회사도 역시 구글(정확히는 자회사인 웨이모)이다. 하지만, 구글만이 아니라 GM, 포드, 볼보와 같은 완성차 업체와 우버, 리프트, 삼성전자, 노키아 같은 IT 기업들 다수가 경쟁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AI/ML 기술을 포함한 최첨단 IT 기술의 집약체로서 단지 운전이 편해지는 것 이상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지금 당장 집 밖에 나가면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동차이다. 운행 중인 자동차도 많고 엄청난 공간을 차지하며 주차중인 것들도 많다.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먼저 운전의 효율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도로 인프라 활용도가 높아져 도로 건설이 줄어들 수 있다. 주차도 자동차가 반드시 나와 가까운 곳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직접도를 높이거나 비용이 저렴한 지역에 만들 수 있다. 아예 차량 자체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한다. 지하철, 택시와 같은 공공 운송 수단을 내가 소유할 필요 없듯이 자율 운행 되는 자동차도 굳이 구매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만 사용해도 된다. 택시, 화물차와 같은 운송 수단의 운전자라는 직업 자체도 필요 없게 된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휴게소에 들를 필요가 있을까? 고속도로 휴게소, 관련 상품 등에도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 효율이 좋아져 연료도 절감되고 당연히 에너지 산업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AI/ML 기술이 바로 자율주행차인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AI/ML 기술의 특징은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인류는 학습 능력이라는 작은(?) 특징을 통해 문명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고 지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런데 학습 능력이 남다르게(?) 빠른 AI/ML 기술은 그 동안 인류가 변화시켰던 모든 것들을 단 몇 년 사이에도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이세돌을 이겼던 알파고는 첫 판을 이기기까지 몇 년 또는 몇 십년이 걸렸지만, 이후 만들어진 알파고의 후속 모델들 중에 가장 최근 모델인 알파고 제로(더 개선할 계획이 없으므로 최종 모델이기도 함)는 단 4개의 TPU(Tensor Flow Unit.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GPU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구글이 자체 개발한 칩)만으로  기본적인 학습데이터(바둑에서는 기보)도 없이 스스로 학습을 시작하여 72시간만에 자신의 이전 모델인 알파고 리에 100전 100승을 달성하였다. 적어도 바둑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오래된 모델이 각성 끝에 새로운 모델을 이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도 그것을 발전시키고 대량 생산해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예를 들어 1차 대전 직전 만들어졌던 드레드노트급의 전함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이전 시대의 전함들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그것을 건조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 결국 영국과 독일은 수년 동안 서로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경쟁적으로 건조하다 서로 협정을 맺고 경쟁을 중단하였다. 하지만, AI/ML 시대에서는 한 가지 기술이 우위를 점하면 그것으로 경쟁자들을 빠르게 패배시킬 수 있다. 주식 시장에 프로그램 매매를 하는 인공지능이 다른 것들보다 우수하다면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다. 바로 선점 또는 기술우위로 인한 독과점의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이다. 물론 다소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AI/ML 시대의 기술 흐름이 어떨지 또는 시장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는게 맞을지 고민해 보고자 한 것이다.

 

알파고 충격 당시 회자되었던 기술적 특이점을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인류의 발전이 선형적(완만한)이었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지수적(exponential. 폭발적) 발전이다. 다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그런 시대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의미가 아닌, 지금 우리 현실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발적인 변화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출처: https://hpluspedia.org/wiki/The_Singularity)

 

사실 이러한 지수적(폭발적) 기술 발전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목격하고 있다. 먼저 반도체의 발전 속도를 나타내는 무어의 법칙(아래 그림은 선형 그래프로 보이지만 왼쪽의 Y 좌표가 10배 단위로 증가함을 잘 보라)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잡스가 우리에게 준 선물(?) 스마트폰과 이전 시대의 혁신이었던 전화기, 라디오, TV 등의 보급 속도를 비교한 것이다. 지금은 일상화된 컴퓨터 시장이 성숙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지만, 스마트폰은 단 3~4년만에 성숙했다. 이러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AI/ML 기술은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출처: 조선비즈)

 

AI/ML을 통한 경쟁력 확보

 

이러한 혁신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많은 기업들과 국가들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에서 여러 번 언급된 구글은 그들이 가진 데이터의 힘으로 AI/ML 분야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자연어 처리(구글 번역기), 음성인식, 추천엔진(유튜브, 플레이스토어), 챗봇, 이미지 인식(구글 포토), 자율주행차(웨이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권에 있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에 많이 사용되는 GPU 보다 10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TPU(Tensor Flow Unit)를 만들어 내부뿐만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https://cloud.google.com/tpu/)를 통해 외부(B2B)에 제공하고 있다. ML 분야의 사실상 표준 프레임워크라 할 수 있는 텐서플로우(Tensorflow)도 구글이 만든 오픈소스이며, 어려운 ML 모델 제작을 자동화 할 수 있는 AutoML 기술도 가장 먼저 상용화하여 클라우드(https://cloud.google.com/automl/)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ML 모델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 관리용 도구인 BigQuery도 빼 놓을 수 없다. 아래 그림은 구글 내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ML 모델의 개수를 차트로 나타낸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것 역시 지수적(폭발적) 증가를 보이고 있다.

(출처: https://medium.com/eliza-effect/procedural-thinking-how-procedurally-literate-are-you-241b50728eaa)

 

구글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업체들이 AI/ML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AI/ML 기술이 워낙 대규모 인프라를 필요로 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구축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존 AWS의 경우 자신들의 본업인 아마존 쇼핑몰을 통해서 습득한 AI/ML 기술을 역시 클라우드를 통해서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ML 학습을 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인 SageMaker를 통해 여러 가지 도구들을 하나로 모아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의 기능을 클라우드 상의 API로 제공하고 있고, 챗봇 서비스인 Amazon Lex도 있다. 이러한 여러 서비스들을 묶어 콜센터 또는 컨택센터를 자동화 할 수 있는 Amazon Connect로 제공한다. 컨택센터에 대한 얘기는 뒤에 따로 하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취임한 새로운 CEO,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의 리더십 아래 회사를 윈도우, 오피스 회사에서 클라우드, 인공지능 회사로 변화시켰다. 이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MS Azure 안에는 구글의 ML 플랫폼이나 AWS의 SageMaker와 대응되는 ML 서비스가 있다. 과거부터 Visual Studio 같은 개발도구를 잘 만들던 회사답게 AI/ML 역시 Azure ML Studio를 통해서 쉽게 개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LUIS라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도 역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안드로이드폰 갤럭시 시리즈에 빅스비(bixby)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하여 제공하고 있다. 음성인식 전문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서비스와 결합하였고 사진인식, 리마인더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단, 클라우드 형태의 B2B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네이버, 다음카카오, SKT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고,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배달 서비스 플랫폼 배달의민족, 글로벌 채팅 서비스 Azar의 하이퍼커넥트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AI/ML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쿠팡, 위메프, SSG 등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AI/ML 기반 추천 엔진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구글, AWS, MS와 같은 첨단 IT 기업들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끊임 없이 AI/ML 기술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는 AI/ML 기술을 통해 차량 배차를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기업들이 있다. 미국에 기술이 있다면 중국은 인구(데이터)가 있다. AI/ML 기술은 사실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인구라는 천연적(?)인 자원과 함께 알리바바, 텐센트, 위챗 등으로 대표되는 IT 유니콘 기업들이 선진국보다 한 발 앞서 모바일 서비스들을 제공하면서 플랫폼과 데이터라는 AI/ML의 토대를 만들어 왔다. 또한, 국가 주도의 성장 정책을 가져가다 보니 악명 높은 얼굴인식 기술을 통한 사회 통제와 같은 부작용은 있지만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처: https://medium.com/@spokutta/ai-race-between-the-us-russia-and-china-and-where-is-germany-ce2e8cd782ed)

 

AI/ML을 방해하는 것들

 

AI/ML 기술은 미래를 바꿔 놓고 기업간 또는 국가간 경쟁력 순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에 분명하다. 이미 선두 기업이나 국가가 엄청나게 많이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AI/ML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널려 있다. 기회의 땅인 셈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지수적 성장은 단지 AI/ML 기술 자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AI/ML 기술 발전의 근간이 되고 있는 여러가지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하드웨어 환경, 데이터셋, 공개된 머신러닝 모델 등의 부분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인 이미지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에 관한 머신러닝 모델들은 오픈소스 공유 싸이트인 github.com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품질도 대단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왠만한 수준의 AI/ML 기술은 이제 공개되어 있다고 봐도 되고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ML 기술을 적용하는데 많은 방해 요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단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주요 걸림돌에 대해서 알아보자.

 

데이터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방해물이다. 데이터의 부족 또는 품질 문제이다. 데이터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인식부족이 아닌가 한다.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데이터는 쌓여 있지 않고, 데이터는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쌓는데 시간도 걸린다.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AI/ML 적용이 느리고, 그러다 보니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에 대해서는 일단 많이 다양하게 쌓으라고 권고하고 싶다. 물론 비용적인 문제가 나오겠지만, 저장 스토리지의 가격은 대단히 많이 저렴해졌기 때문에 여건은 허락이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의 BigQuery는 1TB의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월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큰 비용 고민 없이 얼마든지 쌓을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이제는 그것보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가 큰 상황이다. 일단 데이터를 많이 그것도 가능하면 원본 형태로 쌓으면 거기서부터 데이터 분석과 AI/ML을 시작할 수 있다.

 

전문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수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적고 단기 실적 위주의 기업 문화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기반이다 보니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 지금부터라도 학교에서 데이터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전문가를 많이 육성하면 90년대 IT 전문가 붐처럼 AI/ML 시대도 빠르게 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이나 AI/ML 기술은 필연적으로 초기 시행착오를 동반할 수 밖에 없는데, 실패를 용인하지 않거나 단기간 실적을 기대하는 문화에서는 제대로 된 전문가 양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도 데이터 전문가의 급여나 일자리 조건은 톱 랭킹에 해당된다.

 

(출처: Indeed)

 

(출처: Glassdoor)

 

사회적 합의 

AI/ML은 우리의 생활과 사회를 바꾸는 기술이다 보니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도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리 데이터가 넘치고 기술이 발전해도 이것을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성원 간의 충돌로 인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지수적 발전 속도의 시대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은 기반 기술이 부족해도 많은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설비투자에서 따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ML 기술은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나 국가가 대부분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번 뒤쳐지면 뒤집기 매우 어렵다. AI/ML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변화되고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는 문제가 있지만 위에서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듯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술적 완성도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라는 유명한 배우가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유명해지고 레미제라블에서 판틴 역으로 열연을 하여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녀가 기사에 등장하면 투자계의 전설 워렌버핏 자산이 올라가는 이상한 일이 있었다. 이유는 재미있게도 워렌버핏의 투자회사 이름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이름이 같아서였다. 해서웨이의 검색어량이 증가하면 주식 자동매매 시스템에서 버스켜의 주식을 사들이는 바람에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웃지못할 일이고 지금은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지만, AI/ML 기술 초창기에는 이러한 일이 가능했다.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초보적인 실수를 AI/ML 알고리즘은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음성 인식률이 많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아직도 음성인식 키보드로 뭔가를 입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작은 틈새는 AI/ML 기술을 비즈니스에 적용할 때 리스크를 초래한다. 특히 사람이 했다면(0 자릿수를 하나 잘못 입력해서 세계적 투자증권사를 파산하게 만든 경우도 있는데) 넘어갔을 일이 말 못하는 기술이다 보니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AI/ML 기술을 적용할 때 현재의 수준을 파악해서 그에 맞게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조직, 문화, 스폰서쉽

사실 위의 모든 문제를 덮고도 남을 방해물은 바로 조직과 문화이다. 위에서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을 언급했는데, 설비투자 같은 대규모 장치 산업에 익숙한 기업에서 데이터 중심의 AI/ML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데이터로 성공한 기업이 문화를 새로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제조업으로 성공한 대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이 하는 비즈니스에 손을 대었다 실패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데이터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문화, 실패에서 레슨런을 하는 문화, 그리고 그러한 리스크와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는 기업 리더십의 스폰서쉽 지원은 너무나 중요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ML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조직을 변경하는 용기는 조직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쉽지는 않은 일이다.

 

폐쇄성

위에서 언급된 사회적 합의나 조직, 문화와도 일맥 상통하는 얘기인데, 데이터는 개방성에서 나온다. 데이터의 소유자나 접근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공을 달고 사는 브라질의 축구 선수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려서부터 공을 쉽게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도 자꾸 보고, 만져볼 수 있어야 하는데 데이터를 폐쇄적으로 닫아 놓으면 몇몇 천재적인 엘리트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스포츠 중에서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동계 스포츠는 몇몇 선진국이 아니면 훌륭한 선수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장치 산업은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 많지 않은 나라나 기업 외에 성공하기 어렵다. AI/ML 기반의 비즈니스가 과거에는 대규모 장치산업처럼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일 수 있었지만, IT 인프라가 발전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초기 투자 없이도 사업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

 

결론

 

AI/ML 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한 배경 설명부터 트렌드, 기술까지 다루다 보니 다소 방향을 벗어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특성 상 민첩하게 적응하고 따라가는 환경이 아니고서는 발전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스럽게 여러가지 관점에서 언급해 보았다. AI/ML 기술의 성숙도를 감안해서 적용할 비즈니스를 고려해야 하듯이, AI/ML을 적용하기 좋은 유망한 분야들도 있다.

 

먼저 경쟁이 치열하고 민첩성이 생명인 이커머스 분야가 있다. 이커머스 분야는 삼성 갤럭시 vs 애플 아이폰 처럼 고객들의 충성심이 그리 높지 않다. 내가 원하는 상품을 빨리 찾아 편하게 살 수 있고, 특히 가격이 저렴하다면 바로 매장을 바꾸는게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다. 이 분야에서는 고객을 어떻게 하면 유치하고, 상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AI/ML 기반의 추천 시스템이나 스마트 배송, 수요 예측 등이 그러한 능력이다. 왠만한 IT 전문 기업을 능가하는 아마존, 쿠팡 등은 물론이고 신선식품에 AI/ML을 적용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마켓컬리(한국), 오카도(영국)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광고 시장도 매우 치열하다. 실시간으로 광고를 사고 팔고 게재하는 환경에서 AI/ML 기반의 빠른 의사판단과 가격, 추천 최적화는 매우 중요하다. 향후 광고 시장은 AI/ML 기반의 스마트 광고 시스템, 또는 프로그래머틱 바잉 형태로 개편될 것이다. 타겟 고객에 대한 집중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거나 이탈을 방지하는 스마트 마케팅 플랫폼도 유사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AI/ML 기반의 알고리즘이 너무나 중요한 분야이다.

 

최근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음성합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대되는 분야가 콜센터 또는 컨택센터 분야이다. 현재 전화를 통해 상담원에게 연결이되면, 매뉴얼을 보고 대응을 하는 시스템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가기 매우 쉽다. 당장 상담원을 인공지능이 대치할 수 없어도, 상담원의 불필요하고 단순 반복적인 작업만 줄여도 효율성을 엄청나게 향상할 수 있다. 특히, 콜센터의 전화 한 통에 지불되는 단가는 매우 높은 편이므로 ROI 측면에서 AI/ML 기반의 컨택센터 솔루션은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음성 상담까지는 아니어도 텍스트 기반의 챗봇을 병행해서 운영하는 곳은 꽤 많은 편이다.

 

(출처: 신한카드 공식블로그)

 

기술적으로는 AI/ML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 시간과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쉽게 AI/ML을 적용할 수 있는 옵션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만드는 머신러닝 모델과 유사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정도의 모델을 자동 생성해주는 AutoML 기술은 관심이 높다. 이미지, 영상에 대한 인식 기술은 AutoML이 많이 발전했는데 이를 통해 미디어 서비스에서 아이디어 기반의 부가서비스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SKT 홈페이지)

 

외식을 할 때는 원하는 메뉴를 가진 식당과 가격대를 많이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많은 옵션 중에서 최적의 선택을 했을 때 가격과 만족감 모두를 잡았다는 행복감을 느낀다. AI/ML 기술도 다양한 메뉴와 가격대 옵션들이 있다. 최적의 옵션을 찾아 경쟁력 향상이라는 성과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

 

Posted by Hey J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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