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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 에 관한 글이다.

나를 이 책에 빠지게 한 두 부분은 로마의 국가 체계와 한니발 전쟁 부분이다.

 

전자는 로마에 대한 선입견(네로로 대표되는 독재자와 난폭함??)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 초반에 같이 잠깐 소개된 그리스와 더불어 로마의 전반부는 공화정이었다. 동양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사는 곧 황제의 역사라면, 서양사의 초창기는 대부분 민주주의 또는 공화정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고등학교 세계사에서 들어 알고는 있지만, 10분 정도의 설명으로 들은 내용과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책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었다.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가 국가를 열었을 당시에는 왕정이었지만 원로원이라고 하는 오늘날의 국회와 같은 기관을 두어 민의를 수용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발전하여 쌍두정치라고 하는 집정관 정치가 시작되고 평민의 힘은 더욱 강화되어 호민관, 원로원 의원은 물론 집정관, 법무관 등의 최고 자리에 오르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히 문호의 개방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평민 출신 집정관들이 종종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평민들은 귀족과 달리 소위말하는 명문이 아니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을 키우는 일이 어려워, 그 수는 귀족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놀라운 점은 포에니 전쟁 이전의 로마는 '조화'라는 단어가 아주 적절한 그런 사회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국가의 힘으로 나타났고 '동맹' 으로 대표되는 타국에 대한 정책으로 인해 마치 그물망 같은 강력한 방위체계와 군사력으로 나타났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강력한 해상국가 카르타고와의 해전들을 차례로 승리로 이끈것는 바로 이러한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로 치면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라의 해군이 미국 또는 영국으로 대표되는 강대국을 이긴 정도일 것이다.

 

두 번째 한니발 전쟁 부분은 아직 읽고 있는 부분이라 전체를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강렬한 느낌만은 글로 남기고 싶어 한 마디 적는다. 먼저 왜? 라는 물음이 들었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절 한니발 전쟁 부분은, 세계사를 좋아했던 나의 기억에 10분 정도의 수업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스토리가 숨겨진 그 부분을 단지 10분만에 끝낼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인 것이다. 만약 더 자세한 얘기를 수업에 했었더라면 지금쯤 사관학교를 나와 장군이 되었을 친구들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물론 그 이후 (당시는 물론이고) 세계사에 엄청난 영향을 준 이 전쟁은 한니발과 스키피오(사실 아직 아프리카누스 스키피오 부분까지 읽지는 않았음 ㅡ.ㅡ)로 대표되는 전략과 전술의 전쟁이었다. 그 전의 전쟁이 중보병의 수에 좌우되는 전쟁이었다면, 한니발 전쟁 (굳이 포에니 전쟁 전체와 구별하는 의미로... 실제로는 2차 포에니 전쟁) 의 특징은 소수의 병사를 이끌고 수십배에 이르는 병사를 가진 로마를 상대로 제갈량(사실 그의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소설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 버금갈 지략을 동원하여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그 점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전율에 가까운 흥미를 유발한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그리고 화장실에서 전쟁 부분을 읽으며 작은 몸의 떨림마저 느끼곤 한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 아니라 앞으로의 우리의 방향을 알려주는 살아 있는 길잡이이다. 매일 정쟁에 골몰하는 정치인들이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노사 그리고 오늘도 길거리로 나선 의사들이여 !! 2000년전 로마가 이룩한 평민과 귀족과의 화합이야 말로 로마의 진정한 저력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니발 같은 불세출의 영웅도 감히 꺾지 못한 것은 로마의 창도 갑옷도 아닌 거미줄같이 얽힌 사회통합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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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y J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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